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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 전 ,엘모아덴의 초대 황제 슈나이만의 즉위식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세쌍의 날개를 지니고 성화의 불꽃에 휩싸인 채 하늘에서 소녀가 내려와 청명한 목소리로 자신을 아인하사드의 사자 '아나킴'이라고 밝히고, 모든 인간의 지도자인 슈나이만에게 신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왔다고 선언한다. 이 무렵, 죽음의 여신 실렌을 숭배하며, 스스로를 '실렌의 자식들'이라고 부르는 종교 집단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슈나이만은 제국의 국교를 아인하사드 신앙으로 제정하고, 그 외의 모든 종교를 이단이라 선포하였다. 그리고 '어둠을 숭배하는' 모든 이단자들에 대해 성스러운 전쟁을 선포했다.

실렌의 자식들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였지만, 슈나이만은 아니킴과 그들의 병사 네필림을 내새워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많은 실렌의 자식들은 실렌의 품으로 돌아갔으며, 일부는 대륙 곳곳에 숨겨진 지하 신전에 몸을 숨기게 되었다. 슈나이만은 이곳을 이단자들의 마지막 무덤이라는 의미로 '카타콤' 이라고 불렀다. 슈나이만은 카타콤에 있는 실렌의 무리에 총 공세를 하여, 엄청난 희생 끝에 여섯 개의 카타콤을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지상에서 더 이상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세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확신한 슈나이만은 모든 카타콤에 봉인의 주술을 시전하고, 이를 아나킴이 내린 계시로 이룩한 기적이라는 뜻으로 '계시의 봉인'이라 명하였다. 계시의 봉인이 세워졌지만, 실렌의 추종자 무리는 아직 건재했다. 그들은 '릴리스'라 불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중심으로 여덟개의 네크로폴리스에서 릴림 군대를 재건하고 있었으며, 실렌을 사후 세계로부터 불러내기 위한 의식을 준비 중이였다. 카타콤을 제압하느라 군대의 대부분을 소모한 황제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으며,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다시 전쟁을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몹시 곤란한 이때에 황제 앞에 한 드워프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마몬의 상인들'이라 불리는 드워프 길드를 대표해서 왔으며, 황제가 새로이 군대를 편성할 수 있도록 군자금을 대주겠다고 선언했다. 이 드워프 집단은 선뜻 신뢰할만한 자들이 아님은 틀림없었지만 그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특히, 그들이 제공하겠다는 최고급의 무기와 방어구는 거절하기 힘든 선물이었다. 마몬의 상인들과 계약을 맺은 슈나이만 황제는 새로운 네필림 군대를 편성하여 네크로폴리스에 대한 공세를 개시할 수 있었다.

이 성전을 몸소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아인하사드의 대리자, 아나킴이었다. 지하의 어둠 속에서 빛과 죽음의 군세가 격렬히 맞붙었고, 사방에 흩뿌려진 피는 강과 바다를, 심지어 하늘까지도 붉은 기운으로 물들였다. 군중은 동요했지만 황제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징조라며 안심시켰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으로 황제는 묵묵히 전쟁을 지켜보고 때를 기다린 것이다. 결국, 실렌의 딸 릴리스가 어둠의 권세를 엎고 일어났으며, 그녀를 막기 위해 아나킴이 나서게 된다. 하지만 슈나이만 황제는 빛과 죽음의 군세 모두가 네크로폴리스에 들어가자 봉인의 주술을 시전하여, 실렌의 무리와 함께 아나킴과 네필림 모두를 지하에 가두어 버린다. 이를 '탐욕의 봉인'이라 부른다.

이후 일곱 개의 봉인을 다스리는 힘을 지닌 슈나이만 황제는 그 힘을 후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고, 결국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봉인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황실 혈통의 유산은 바이움 황제 때에 그의 힘에 대한 야망에 의해 끊기도 만다. 바이움 황제의 몰락와 더불어 엘모아덴 황가의 직계 혈통에게 이어지던 봉인을 다스리는 힘이 영원히 사라진 듯 했으나, 혼돈의 시대에 봉인의 비밀을 쫓던 일련의 무리에 의해 그 힘이 사라지지 않았고, 네필림과 릴림의 몸에 '봉인석'의 형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봉인석이 다량으로 모이면 일곱 봉인의 힘을 제어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오만의 탑에서 발굴된 고문서를 통해 이 비밀을 가장 먼저 밝혀낸 자들은 제각각 세력을 규합하여 '여명의 군주들'과 '황혼의 혁명군'을 결성하였다. 이 두 세력을 각지의 네크로폴리스와 카타콤에 원정대를 파견하여, 상대보다 많은 수의 봉인을 쟁취하기 위한 두 결사단의 치열한 경쟁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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